투자에서 단편적인 사고방식보다는 다각화된 사고방식이 매우 중요하다는 내용을 <가치투자 핵심 원칙 6가지>에서 간단하게 설명했습니다. 오늘은 확률적/다각화 사고방식에 대해 탐구해 보겠습니다.
확률적/다각화 사고방식
사람들은 명확한 답이 나오는 편을 선호합니다. 확률적인 사고방식보다는 입력하면 바로 출력되는 답을 강하게 선호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은 애매한 버핏의 말보다 월스트리트에서 나오는 명확한 숫자에 열광합니다. (예: 연말 S&P 500이 7,000까지 간다, 테슬라 주가가 700달러까지 간다 등)
더 간단히 설명하자면, 일반적으로 투자자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가, 아니면 팔아야 하는가?’에 대한 명확한 답을 누군가 내려주기를 원하는 것처럼요. 그러나 1+1=2라는 명확해 보이는 공식에도 단 하나의 답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세상의 모든 결과에는 수많은 복잡한 인과 관계가 얽혀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두 가지 예시를 들어 설명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 예시는 확률 계산의 이해이며, 두 번째 예시는 실제 투자에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입니다.
포커 게임 (텍사스 홀덤)
포커는 운에만 의지하는 게임이 아닙니다. 물론 운이 상당히 중요하지만, 자신이 가진 정보를 최대한 활용하고 이길 확률을 계산하며 심리전을 펼치는 게임입니다. 어느 정도 주식과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제 확률 계산 게임을 시작해 볼까요?
6인 테이블에서 AA(에어라인, 최고의 시작)로 시작해도 이길 확률은 49%입니다. 물론 49%에 올인을 할 수도 있지만, 올인할 경우 모두가 죽어버리는 상황이 올 수도 있기 때문에 천천히 판돈을 늘리는 방법을 쓰기도 합니다.
포커 게임을 플레이하는데 AA가 나왔습니다. 최고의 패를 들고 시작합니다. 자신감이 있는 저는 레이즈를 해서 판돈을 키웁니다. 그리고 그다음 3장의 공유 카드가 딜러에 의해 오픈됩니다. K, Q, J가 나옵니다. 괜찮으면서도 애매한 카드들이 나왔습니다. 현재 시점에서 제가 이길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첫 번째 베팅에서 AA를 들고 크게 베팅했으나 죽는 사람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면 그들의 핸드도 상당히 괜찮다는 전제를 깔 수 있겠지요. 제가 남은 공용 카드 2장에서 A나 10이 나온다면 이길 확률이 상당히 높아집니다. 그러나 다른 플레이어들의 카드를 생각해 본다면 핸드에 KK, QQ, JJ를 배제하고 생각할 수는 없겠습니다. 또한 스트레이트의 확률도 있습니다. (물론 공용 카드에 저 카드들이 나와 있는 확률상 핸드에 KK, QQ, JJ를 가지고 있을 확률은 낮습니다.)
이런 확률 속에서 여러분은 어느 정도 규모의 베팅을 할 건가요? 이런 확률을 이해해야 포커 게임에서 상위 플레이어가 될 수 있습니다. 내 손에 있는 패가 AA라고 하더라도 확실히 이길 수 있는 확률은 매우 낮습니다.
주식 투자도 이런 확률을 계산해야 하는 게임과 비슷합니다. 포커에서 자신에게 주어지는 핸드는 내가 가진 정보와 투자에 필요한 분석 기술이며, 이를 활용하여 상방과 하방의 확률을 계산하는 게임입니다.
투자적 접근
그렇다면 확률적/다각화 사고방식을 투자에 어떻게 접목해야 할지 가상의 회사를 예시로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A라는 제약회사가 전 세계에서 희귀하게 발생하는 사팔사팔 희귀병(주식에서 사고팔기를 멈추지 못하는 병)의 유일한 치료제를 개발했습니다. 이 약의 효과는 확실해서 약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증상을 완화할 수 있지만, 약효가 장기간 지속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2주마다 한 알씩 지속적으로 투여해야 합니다. 한 알당 가격은 10,000달러이며, 환자당 1년 약값은 260,000달러입니다(2주에 한 알 투여한다고 가정, 26번 투여). 환자의 유병률은 연간 100,000명당 1건(1 case per 100,000 persons per year)이라는 논문 발표가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의 환자 수를 추산해 보면 대략 517명이라는 계산이 나옵니다(5,170만 명이라고 추산했을 때). 전체 시장에서 해당 약을 사용한다는 가정을 하면 현재 최대 추산치로는 134,420,000 달러의 매출이 가능하다는 간단한 산출이 가능합니다(대한민국 시장만 산출, 세계 시장 산출은 따로 계산해야 할 것입니다).
여기까지가 제가 가진 패입니다. (단순화한 예시입니다!) 하지만 변수는 항상 존재합니다. 이제부터는 확률과 다각화 사고방식의 게임입니다.
시장에서 제품의 입지는 확고해 보이지만, 시장 전체를 장악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격이 너무 비싸서 환자들이 접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환자들은 빨리 건강보험 급여에 포함해 달라고 요청하고 있지만,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될지는 미지수입니다. 투자자인 제가 봐도 이 질병이 생명과 직결되는 치명적인 희귀병이 아니기 때문에 높은 확률로 건강보험 급여 항목에 포함되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이 제품의 시장 점유율은 어느 정도가 될까요?
미국 FDA에서는 희귀의약품으로 등재하고 패스트 트랙으로 빠르게 진행했으나, 사용상 치명적인 부작용이 지속 발생하면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과거 임상 자료들을 확인한 결과 심각한 부작용 발생률이 낮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따라서 그렇게 높은 확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초과 수익이 발생하는 시장에는 곧 경쟁자가 등장하기 마련입니다. 사팔사팔병 치료제를 개발 중인 기업은 총 2곳이며, 두 곳 모두 임상 3상을 진행 중입니다. 한 곳은 1년 뒤에 3상이 끝날 예정이고, 다른 한 곳은 1년 6개월 뒤에 3상이 종료될 예정입니다. 통상적인 3상 통과 확률은 50-59% 사이로 알려져 있습니다.
여기까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시장별로 점유율이 다를 것으로 보입니다. GDP를 기준으로 시장 점유율이 다를 것으로 추정한다면 합리적인 추산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슷한 희귀 의약품의 시장 점유율을 확인하여 시장 점유율 추산치를 구하는 방법도 괜찮은 방법이지만, 시장 특성의 차이를 고려해야 합니다.
대한민국에서 건강보험 급여 확률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부작용 발생률이 낮기 때문에 허가가 취소될 확률은 매우 낮아 보입니다.
경쟁사가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시장에 진입할 것으로 가정할 수 있습니다. 물론 다른 시나리오도 고려해 볼 만합니다.
여기까지 생각한다면 가치 평가에 어떤 항목을 고려해야 할지 감이 올 것입니다. 어떤 확률을 더 높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회사의 가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한 시간이 지나면서 투자자가 고려한 시나리오에서 틀어지는 부분이 생겨서 다시 시나리오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 2곳이 모두 3상 시험을 성공적으로 통과하거나, 예상치 못하게 건강보험 급여가 통과될 수도 있습니다. 아니면 전혀 새로운 치료 기기가 등장해서 약물 치료가 아닌 행동 교정 치료 방법이 추가될 수도 있겠지요. 항상 자신이 모르는 부분이 있음을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때그때 시나리오에 맞춰서 가치 평가를 다시 고려해야 하며, 투자자들은 무수히 많은 연속적인 확률들을 지속적으로 고려하며 투자를 진행해야 합니다.
마무리하며
뉴스를 보다 보면 장기 투자자들도 빠르게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버핏도 보유한 지 몇 달 만에 팔아 버리는 주식이 있습니다.
물론 원칙에 따라 주식을 매수할 때는 10년을 바라보지만, 무수히 많은 원인과 결과로 인해 단 며칠 만에 10년의 시나리오가 바뀌는 경우가 있습니다. 또한 가치 평가를 다시 진행했을 때 보유할 만한 장점이 사라지는 경우도 있고, 자신의 예측이 틀렸음을 인정하고 매도할 때도 있습니다.
워런 버핏이 장기간 시장 수익률을 넘어설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는 생각의 유연성입니다. 그는 자신이 틀렸다는 것을 누구보다 빠르게 인정하고 항상 새로운 생각에 열려 있기 때문에 이기는 게임을 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투자는 단순히 매수/매도 게임이 아닙니다. 무수히 많은 확률을 즉각 반영하며 계산해야 하는 포커 게임과도 같습니다. 과거 패만 생각한다면 그 게임은 지는 게임입니다. 앞으로 공개되는 공용 패를 투자자 자신이 읽을 줄 알아야만 장기 투자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식 시장에서는 그 누구도 족보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 하나를 잊지는 마세요! 주식을 파는 행위는 가치 투자자에게 있어서 최후의 보루입니다. 가치 투자자의 수익률은 영원히 보유해도 좋을 만한 훌륭한 기업을 보유하는 데서 나옵니다. 사고 파는 행위에서 큰 수익이 나오지는 않습니다. 시나리오가 바뀐다고 해서 당장 팔아야 하는 회사는 훌륭한 기업이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