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민감한 사항이라 다루지 않으려 했으나, 투자자의 입장에서 본 삼성전자 파업에 대한 이야기를 조심스럽게 꺼내 봅니다. 주주의 입장과 실질적으로 업무를 하는 근로자의 입장은 다를 수밖에 없는데, 이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 가는 것이 정말 중요해 보입니다. 모두를 만족시킬 만한 방안이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회사는 주주들의 것
“회사는 주주들의 것이다”라는 명제는 자본주의 경제와 상법의 가장 기초가 되는 ‘주주 자본주의(Shareholder Capitalism)’의 핵심 원칙입니다. 이것이 성역이며 공격받아서는 안 되는 전제인가라는 질문에는 당연히 그렇지 않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주주자본주의는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단점은 역시 소득 불평등이며, 이 문제점을 강력하게 해결해야 합니다. 그러나 저는 이 글에서 주주자본주의가 무엇이 잘못되었고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려는 게 아님을 밝혀드립니다.
그러나 현재 논점에서 정확하게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회사는 주주들의 소유라는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요?
회사의 소유권은 주주들이 갖습니다
주주들은 경영상 의사결정권을 갖습니다
주주들은 ‘최종 위험’과 ‘최종 수익’을 모두 책임집니다
간단히 설명하자면, 회사는 주주의 돈으로 세워졌고, 주주가 선출한 이사에 의해 운영되며, 회사가 파산했을 때 최종 책임도 주주가 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회사의 주인은 주주입니다.
그렇다면 투자자들은 기업의 무엇을 보고 투자를 할까요? 그 해답은 바로 그 회사가 미래에 주주에게 안겨줄 주주 이익입니다. 미래에 더 높은 수익을 올려서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이 많을수록 회사는 더 높은 가치를 인정받습니다. 주주에게 돌아가는 돈은 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으로 지급되는 현금도 있지만, 이익잉여금(Retained Earnings)을 이용한 재투자로 기업의 미래 이익 규모를 키우는 방향도 있습니다. 모든 주주는 기업이 미래에 자신에게 가져다줄 주주 이익을 계산하여 위험과 수익을 최종적으로 책임지고 있습니다.
영업이익 일부를 성과급?
애초에 영업이익의 일정 비율(예: SK하이닉스의 10% 지급 기준 등)을 현금 성과급으로 고정해 버리는 구조는 매우 무책임한 결정이었습니다. 특히 반도체처럼 호황과 불황의 골이 깊은 시클리컬(경기 순환형) 산업에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투자자들은 기업이 미래에 창출할 현금 흐름과 주주 이익을 보고 투자를 단행합니다. 하지만 이러한 성과급 구조는 주주의 몫을 고스란히 깎아 먹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리스크 분담의 비대칭성’에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호황기에 수익을 얻는 만큼, 불황기에는 주가 폭락이나 원금 손실, 배당 컷 같은 최종 위험을 온전히 감내합니다. 반면, 근로자는 불황기에 성과급이 0원이 되더라도 고정비인 기본급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회사가 어려울 때 리스크를 공유하지 않으면서, 호황기의 과실만 주주와 대등하게 나누겠다는 요구는 시장 경제의 공정성에 어긋납니다. 위험을 지지 않는 새로운 특권층을 만드는 격입니다.
물론 기업 입장에서 인재 확보를 위한 보상은 필수적입니다. 극단적인 주주이익만 쫓다가 핵심 엔지니어를 경쟁사에 빼앗기는 것은 무지한 경영입니다. 그러나 이 보상은 반드시 ’주주 가치를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장기적으로 기업과 주주 모두에게 이롭습니다. 호황기의 이익 공유를 원한다면, 그 보상 역시 리스크를 함께 짊어질 수 있는 형태여야 합니다. 만약 근로자들이 호황기에 이익을 공유받기를 원한다면 불황기에도 낮은 시급이나 대규모 해고를 감당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 이상을 바란다면 그건 욕심입니다.
자사주 지급
제가 생각하기에 주주와 근로자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은 현금 지급이 아닙니다. 회사가 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여 주식을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방식을 고려할 수 있습니다.
호황기에 회사에서 지급하는 성과급은 전부 일회성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성과급이 일회성이 아닌 이익금의 공유라면, 주주들은 호황기에는 이익을 근로자와 공유하고, 불황기에는 이익을 그대로 주면서 리스크까지 전부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공정하지 않습니다.
노사가 회사 성장의 혜택을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일회성 성과급을 현금이 아닌 ‘자사주’로 지급하여 근로자 역시 주가 상승의 이익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호황기에는 회사에서 지급한 자사주로 주주 이익을 공유할 수 있고, 불황기에는 리스크를 함께 감수하게 됩니다. 만약 회사가 지급하는 미래 주주 이익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다면 회사의 주식을 시장에 팔아 현금을 확보할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주주 이익을 크게 훼손하지 않고 일회성 성과급을 지급하는 것이지만 장기간 주주로 남아 있다면 호황기 주주 이익까지 공유할 수 있는 방향이므로 현금 지급보다 더 나은 방향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인 사견
성과급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방향성은 개인적으로 옳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많은 문제는 시기심과 이기심에서 비롯되기 때문입니다. 안 그래도 물질만능주의가 팽배한 대한민국에서 모두가 눈앞의 이익만 쫓아간다면 아무리 높은 성과급을 받더라도 누구도 만족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의 행복은 ‘남들보다 내가 더 많은 성과급을 받는가’에 기준이 정해지기 때문입니다. 돈은 생활의 필수 조건이지만 우리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이 오직 물질적인 쾌락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공으로 인해, 현재 대기업 위주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의 몇 퍼센트를 성과급으로 지급하라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현대 자본주의에서 노동자보다 자본가의 힘이 압도적으로 강했던 구조는 바로잡아야 할 부분입니다. 하지만 정당하지 못한 방식은 시장 경제질서의 근간을 흔들 수 있습니다. 약속된 주주 이익과 경영권이 보장되지 않는다면, 리스크를 지고 한국 시장에 투자할 외부 투자자는 사라질 것입니다.
투자자로서 이 문제가 신속하고 슬기롭게 해결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최대한 많은 사람이 주식 투자를 통해 주주 이익을 공유받을 수 있다면, 현대 자본주의의 큰 문제인 양극화도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라 믿습니다. 기업이 만들어내는 이익을 장기간 주주로서 함께 누리는 문화가 정착된다면, 지금의 성과급 갈등 또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는 성장통이 될 것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