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글을 꾸준히 읽어오신 분이라면 제가 월스트리트나 여의도 증권가의 애널리스트들을 아주 싫어한다는 것을 쉽게 아실 수 있을 겁니다. 싫어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그들은 분기당 매출에 너무 신경을 쓰는 나머지 가장 핵심적인 질문에 도달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이것이 바로 펀드매니저의 90% 이상이 장기적으로 시장 지수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LIG넥스원의 2025년 3분기 매출에 대한 애널리스트 의견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애널리스트들은 1) 수주 실적 등 모멘텀이 부족하거나, 2) 3분기 대비 손실충당금이 늘어남에 따라 4분기에 이익률이 감소하거나, 3) 연구개발(R&D) 비용 투입이 지연되어 4분기 실적에 비용 요인이 추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하여 매수에서 보유 의견으로 변경했습니다. 증권가에서 매수 의견에서 보유 의견으로 변경하는 것은 팔라는 의견으로 통상적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팔라는 이유가 모멘텀 따위에 집착해서는 초과 수익을 절대로 만들어 낼 수 없습니다. 그레이엄이 말했듯, 주식은 단기적으로는 인기 투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가치를 측정하는 저울과도 같습니다. 우리는 인기 투표를 예측하는 점술사가 아닙니다.
오늘은 LIG넥스원, 아니 방산 산업에 투자하는 투자자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을 위주로 제 생각을 한 번 풀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기존 방산 산업의 장점은 아직도 유효한가?
개인적인 이야기를 조금만 풀어보자면, 2022년 미국에서 한국으로 돌아와서 한국 주식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그 당시부터 방산 기업에 투자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때 제가 분석했던 방산 기업의 장점이 아직도 유효한지 꼭 짚고 넘어가야 합니다.
당시 한국 방산 기업은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특수를 타고 빠른 생산과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하이엔드급에 준하는 무기 체계를 적극적으로 판매할 수 있는 기회를 잡았습니다. 신냉전의 시대를 본격적으로 알리는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경쟁사들의 상황은 매우 열악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K-9 자주포의 경쟁 제품인 세자르 자주포의 경우, 2023년 당시 월 생산량이 고작 2~4문에 불과했고, PzH2000의 합계 생산량은 K-9에 비교하면 새 발의 피 수준이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기 때문에 자주포에 대한 분석을 진행했습니다.)
전쟁 초기 당시 군수품의 대규모 생산 능력을 갖춘 나라는 대한민국과 이스라엘 두 곳뿐이었습니다. 따라서 갑자기 늘어나는 수요를 맞출 수 있는 국가는 단 두 곳뿐이었던 거죠. 이러한 시대적 배경이 뒷받침되어 빠른 납기와 합리적인 가격, 그리고 매우 좋은 성능을 앞세워서 빠른 수주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2022년 당시 수주액과 MRO 추정치를 간단하게 DCF로 계산해 봐도 한국 방산 기업들의 저평가가 심하다고 판단하여 투자를 진행했습니다.
그렇다면 2025년 말 현재, 2022년과 달라진 점은 무엇일까요?
유럽의 무기 생산 능력이 증가하고 있으며 앞으로도 계속 증가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앞서 언급한 세자르 자주포의 경우 2025년 현재 월 12문의 생산이 가능합니다. IRIS-T SL과 NASAMS의 생산 능력도 개선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양상이 지지부진합니다. 유럽은 자국의 방산 능력을 끌어올리고자 하는 방향성이 매우 큽니다. 단기적으로 군사력을 증강해야 할 의무가 있으나 전쟁이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 군사력을 급하게 증강할 필요성보다는 자국의 방산 생산 능력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가야 할 이유가 확실해 보입니다. 따라서 정치적인 이유로 유럽의 국가들은 유럽의 군사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K-2 흑표 전차의 리투아니아, 슬로바키아, 노르웨이 수주 실패와 유럽 시장에서 차륜형 자주포의 이점을 통해 세자르의 수주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유럽에서의 수주는 점점 어려워질 것입니다. 방산 산업은 국가 대 국가의 비즈니스이며, 정치적인 영향력이 제품의 타당성보다 더 큽니다.
중동과 아시아의 상황은 3년 전과 비교해 아직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중동의 경우, 이스라엘이라는 뇌관이 오히려 조급함을 느끼게 하는 듯합니다.
세계적인 군비 증강의 흐름은 아직 견고합니다. SIPRI(스톡홀름 국제 평화 연구소, Stockholm International Peace Research Institute)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가들의 GDP 대비 국방 비용 증가는 뚜렷하며, 그 기조가 최근까지도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드론의 중요성이 지속적으로 부각되고 있으며, 드론으로 인해 전쟁의 방향성이 변화할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한 무기 체계나 드론 무기 개발 방향으로의 전환이 지속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2022년과 달리 유럽의 방산 시장 문은 좁아지고 있습니다. 한국 방산 시장의 미래를 생각해 본다면 중동, 아시아, 캐나다 시장에서의 가능성이 아직은 있다고 생각됩니다.
전쟁이 끝난다고 해서 방산 산업의 이점이 사라지는가?
위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신냉전의 기조를 살펴보아야 합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해 유럽은 자국의 방위 산업이 처참하게 무너져 있고 미국에 의존하고 있었음을 크게 깨달았습니다. 또한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지원이 약화되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특히 부다페스트 안전보장 각서가 휴지조각이 되었음을 고려한다면…). 이를 통해 여러 나라는 미국의 영향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특히 중동 지역의 경우, 미국의 선택적 무기 판매와 제재로 인해 각국 정부는 자국 방위 산업의 중요성을 크게 깨닫게 되었습니다.
전쟁이 끝난다 하더라도 각 국가의 군비 증강 기조는 쉽게 평화의 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입니다. 미국의 정치적 불안정성을 생각해 보더라도, 미국에 의존도가 높았던 나라들은 어느 정도 탈미국화를 시도하는 방향을 쉽게 버릴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판단됩니다.
따라서 해외 기술 이전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한국 방산 기업들에게는 계속해서 큰 기회가 열려 있다고 생각됩니다. 현재 진행 중인 주요 전쟁들이 종전된다 하더라도 추세적인 흐름은 변화하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평화는 비싸다는 것을 국가들은 다시 한번 깨닫고 있기 때문입니다.
LIG넥스원 분석
현재 LIG넥스원의 수주 잔고는 23.4조 원이며, 그중 수익성이 매우 좋은 해외 수주가 절반이 넘습니다. 올해 해외 매출은 총 매출의 15%대입니다. 해외 매출의 비중이 낮다는 문제점을 지적할 수 있으나, 해외 수주 잔고가 10조 원을 초과하기 때문에 점진적으로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계약의 세부 사항을 알기는 어렵고, 해외 매출의 시점을 예측하기는 불가능하지만, 점진적인 증가가 예상됩니다. 현재 해외 매출의 비중이 낮아 수익성이 낮다는 것은, 반대로 어느 시점부터는 해외 매출 비중이 늘어나면서 수익성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확률이 높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도 있습니다.
유럽 공략 가능성은 있는가?
사실 제가 생각하기에 천궁 2나 신궁의 유럽 진출 가능성은 상당히 낮다고 봅니다. 신궁은 유럽제와 비교해서 성능이 떨어지는 것이 그 이유입니다. 천궁 2의 경우, 루마니아가 천궁 2를 채택하지 않고 이스라엘 라파엘사의 스파이더(SPYDER)를 채택한 것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유럽의 수요는 다를 수 있습니다.
스파이더는 중단거리와 함께 중고도 체계를 통합해서 운용 가능한 장점이 있고, 무엇보다도 저렴합니다. 또한 파편 폭발형 요격 방식이라 더 비싸고 명중률이 높은 천궁 2에 비해 더 다재다능한 모습을 보입니다. 드론 요격에도 사용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루마니아의 경우, 하이엔드급 요격 능력을 갖춘 천궁 2보다는 다재다능하고 저렴한 무기를 선택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유럽 국가들의 경우 천궁과 비슷한 포지션인 IRIS-T SL이나 NASAMS를 지속적으로 구매하고 있어 유럽 진출의 문은 계속해서 좁아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미래 성장 동력은?
LIG넥스원의 미래 성장 동력은 다음과 같습니다.
해외 잠수함 사업에 따른 소나체계, 전자광학체계, 어뢰, 미사일, 항해 레이더 등의 수주
해외 군함 사업에 근접 방어 무기 체계 탑재(CIWS-2 또는 해궁)
전투기 등 사업 확대로 인한 수주(K-2 수출도 수주로 이어지지만 금액은 크지 않습니다.)
천궁 2의 동남아시아 수출 - 현재 러시아제 방공망을 사용하는 국가들의 교체 수요가 있습니다. 러시아 무기의 부품 공급 문제와 대외 제재로 인해 공략할 여지가 있습니다.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로의 수출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어 보입니다.
천궁 2의 쿠웨이트, 카타르 수출 - 이스라엘이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없는 중동의 경우, 페트리어트의 대안을 염두에 두고 있다면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닙니다.
L-SAM과 천궁 3의 미래 추가 수주 가능성 - L-SAM은 체계 개발이 끝난 단계이며 양산 과정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다층 방공망 구성을 위해 이미 천궁 2를 도입한 국가들은 L-SAM이나 천궁 3의 추가 수주가 상당히 높은 확률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다층 방공망의 핵심은 광범위한 요격 고도입니다.
비궁 미국 시장 진출
대한민국의 군비 증강에 따른 추가 수주
MRO 확대
LIG넥스원을 분석하는 투자자라면 각각의 성장 동력에 대한 확률을 계산해야 하며, 각 성장 동력에 대한 세부적인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사실 MRO라는 주제만 해도 글 하나를 작성할 수 있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이번 시간에 다루지 않겠습니다. 차후에 기회가 된다면 천천히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사실 ‘주식 전문가’라면 제가 위에 작성한 미래 성장 동력에 대한 각각의 인사이트(무기별, 국가별 상황에 맞는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모멘텀이나 단기적인 실적을 따지는 분석은 장기적인 성장 분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제 분석 글에서는 제가 추정하는 DCF를 올리지 않기 때문에 저평가인지 아닌지에 대한 평가는 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주 잔고와 MRO 비율 추정치, 그리고 5~10년 동안의 대략적인 계산을 해본다면 현재 시장이 비정상적인지, 아니면 정상적인 반응을 하는지 추정하는 데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